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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업계의 꽃’ RA를 아시나요?
시지바이오 RA파트장 안찬민 이미지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다. 바로 인허가를 담당하는 ‘전문인력 부족’이다.

의료기기 업계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이 연평균 10%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허가를 담당하는 전문인력인 RA(Regulatory Affairs)가 부족해 상품화 지연은 물론 수출 타격도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10월 민간 자격증이었던 의료기기 RA 전문가(2급) 자격을 국가공인자격으로 승격시킨다고 발표하고, 올해 11월 첫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위탁교육을 통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 원주테크노벨리, 연세대 의과대학 강남캠퍼스 등에서는 RA 전문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기술문서를 작성해 허가를 내는 정도의 수준을 갖춘 RA를 양성하는 데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 RA 인력 부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의료기기 규제 분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RA 직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자 2회에 걸쳐 실무자와 의료기기 업체 대표를 통해 의료기기 RA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시지바이오 RA파트팀 회의하는 모습
[헬스코리아뉴스 / 박정식 기자] “안전하고 좋은 의료기기가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시장에 나올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제품들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RA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시지바이오 안찬민 RA 파트장(사진)은 헬스코리아뉴스와 만나 RA 직무에 대해 이 같이 강조했다.

RA는 국내외 의료기기의 규제 전문가다. 제품 안전성, 유효성 등을 파악해 판매 국가 제도에 부합하는지 증명하고 설득하는 일을 한다. 각국 인허가 동향을 파악해 제품 설계 단계부터 사후관리까지 참여하는 핵심 인력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의료기기 분야에서 10년을 근무한 시지바이오 안찬민 RA 파트장으로부터 RA가 실제로 하는 일과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고충,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

RA 직무가 생소하다. RA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나?

“RA는 Regulatory Affair의 약자다. Regulatory Affair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의료기기 분야에서 각 국가별로 정해진 법령에 따라 제품의 허가나 변경을 등록하기 위한 기술문서(Design dossier) 작성을 주업무로 하고 있다.”

업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업체의 RA의 경우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참여한다. 개발하려는 제품의 등급 등에 따라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미리 추정해 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개발하려는 의료기기와 비슷한 제품의 안전성 등을 다룬 연구 보고서가 있다면 대체할 수 있으므로 연구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제품이 개발될 때까지 RA는 시험 데이터 기반의 논리를 수립하고 임상 평가 보고서, 위험관리 보고서 등을 준비해 개발하는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 근거를 쌓는다. 제품 개발이 끝나면 안정성과 효용성을 평가하는 내부적 검토가 이뤄지고,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으로부터 허가를 받는다. 허가가 완료되면 개발된 의료기기를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RA 직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RA 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다루기 때문이다. 의료기기는 인체에 사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이 필수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 국가기관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효율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규정과 기준을 수립했고, 모든 의료기기 제품은 수립된 규정 및 기준에 의해 평가된다. 이 부분에서 RA의 역할이 중요하다. RA가 현행 규정에 따라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자료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 규정을 비롯해 제품개발 이력, 제품의 위험도 분석, 임상 평가 보고서, 생물학적 안전성 자료 등을 구비해야 제품의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다. 즉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지 못해 제품 인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의료기기는 그저 개발에만 머물 뿐, 시장에는 선보일 수 없다.”

RA 직무를 수행하며 겪을 수 있는 고충은 무엇이 있나?

“RA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가장 큰 고충은 수시로 변경되는 법령에 대한 대응이다.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에 있어 당시 법령 기준으로 시험을 수행했지만, 제품의 등록 전 시험방법과 관련된 법령이 변경돼, 기존 볍령과 현행 법령의 (차이를 분석하는) gap 분석을 하거나 아예 재시험하는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국내법령(MFDS) 기준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유럽의료기기 인증(CE) 또는 미국식품의약국(FDA) 등록 시 국가별 적용 법령이 다르기에 최악의 경우 필수 시험을 다시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RA 직무를 수행하며 뿌듯했던 경험은 무엇이 있나?

“개발한 제품이 허가가 완료됐을 때 항상 보람을 느낀다. 특히 TKR(무릎 인공관절) 제품의 CE 허가 완료를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앞서 말했던 RA 직무를 수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고충을 극복하며 허가를 완료했기 때문이다. 제품 허가를 진행할 당시 위험도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라갔다. 하늘이 노래지는 경험이었다. 허가 진행 중 위험도가 올라가는 경우 유예기간을 주고 있으나, 허가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자료를 준비해야 하니 말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관련 자료들을 준비해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아냈다. 이 일을 하며 가장 뿌듯했던 경험 중 하나다.”

RA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에 대한 이해를 꼽을 수 있다. 제품의 개발 목적, 사용 방법, 동등한 제품의 히스토리(history), 공정 등에 있어서 개발자에 준하는 제품의 이해도가 충족돼야 논리적인 기술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는 제품 허가 취득을 위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현행 규제 법령을 명확히 파악하는 한편 변경되는 법령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2020년 5월부터 CE 의료기기 제품 인증에 적용되는 신규 법령(MDR/Medical device regulation)은 2024년 5월부터는 모든 의료기기 제품에 적용된다. 신규법령은 기존 법령(MDD/Medical device directive 93/42/EEC)과 비교해 제품 등급 분류, 임상평가 보고서 등 많은 부분이 변경됐다. RA라면 이러한 변경점 등을 사전에 파악해 대응을 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RA를 준비하거나 이제 막 뛰어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현재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 매우 많은 분야에서 각 제품별로 규제 법령이 제정되고 있으며, 항목별로 세분화 되고 있다. RA의 역할은 더 이상 작성된 서류만 취합해 제출하고 허가증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제품개발 시점부터 개입해 법령에 따른 제품 개발의 방향성을 이끌어주고, 변경되는 규정법령에 대응하는 한편 gap 분석을 통한 논리를 수립하는 등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RA를 준비하고 있다면 목표로 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학습을 선행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희망사항도 하나 있다. 현재 국내 교육기관 등에서 RA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 허가를 위한 교육에만 머무는 것이 아닌 CE 인증이라던가 FDA 인증 등 좀 더 세분화해서 인재를 양성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인재들이 실무에서 좀 더 수월하게 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헬스코리아뉴스